감정의 소용돌이. <캡틴 아메리카 3: 시빌 워>를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문장인 것 같다. MCU는 평작을 쏟아내다가도 적절한 순간에 훌륭한 작품이 나와서 그간의 안이함에 대한 반성을 하는데, <캡틴 아메리카 3: 시빌 워>가 <캡틴 아메리카 2: 윈터 솔져>에 이어서 그 역할을 하며, 비결은 각 캐릭터가 지닌 감정을 있는 한껏 승화시키는 것이었다.
이미 1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수 많은 영화로 쌓아두었던 캐릭터들의 감정을 뒤섞어서 만들어낸 아비규환이 <캡틴 아메리카 3: 시빌 워>다. 이 영화 자체로만 보면 다소 억지스러울 수 있는 전개가 여럿 존재하지만, 쌓아온 시간, 대중과 호흡해온 시간이 달랐기에 그게 단점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에 와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개봉 당시에도 몇몇 평론가를 중심으로 '이게 <배트맨 대 슈퍼맨>과 뭐가 다르냐'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으니까. 그러나 MCU는 그 자체로 장대한 시리즈물이기 때문에 다르다는 말을 해줄 수 있었고, 그들 역시 수긍했다. (그리고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감독판을 걸작 중의 걸작으로 생각하는 나만 괜히 상처받았다.)
디즈니 플러스는 <캡틴 아메리카 3: 시빌 워>를 아이맥스 4K HDR로 서비스한다. 이 영상에 대해서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소 실망스럽다.
HDR 효과가 탁월할 거라는 건 이미 충분히 알고 있었다. 아마추어 크리에이터가 적당히 HDR 그레이딩을 해서 유튜브에 업로드한 영상들도 이미 HDR 시연 영상으로 자리 잡은 바 있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외국에 나온 UHD 블루레이를 통해서도 그 퀄리티가 확인이 되었다. 디즈니 플러스에 업로드된 <캡틴 아메리카 3: 시빌 워>의 HDR 역시 영화가 다양한 배경에서 진행되는 만큼이나 다채롭고 훌륭한 수준을 자랑한다. 분명히 디지털 촬영과 아이언맨의 조합은 HDR에 강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캡틴 아메리카 3: 시빌 워>는 색감도 탁월하다. MCU의 단조로운 패턴의 영상에서 광색역의 장점을 찾기란 쉽지 않지만, 블루레이서부터 느껴졌던 장점이 디즈니 플러스의 HDR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었다는 것 정도는 확인할 수 있다. 디즈니로 넘어간 뒤 나타났던 MCU 영화들의 물 빠진 듯한 색감이 사라지기 시작한 작품이 바로 <캡틴 아메리카 3: 시빌 워>다. 다소 어둡게 느껴질 수 있을지언정 적어도 물 빠진 색감 때문에 짜증이 날 일은 없다.
<캡틴 아메리카 3: 시빌 워>의 문제는 다름이 아니라 아이맥스다. 이 영화는 아이맥스를 위한 추가 작업이 없이, 개봉 당시의 소스를 그대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반부 공항 액션씬만이 아이맥스 화면비로 넓어진다. 결과적으로 아이맥스 화면비를 위해 새롭게 작업한 다른 MCU의 영화들보다도 분량 면에서 한참 못한 수준의 영상이 되고 말았다. 개봉 당시보다 더 많은 분량의 아이맥스 시퀀스를 기대한 사람으로선 아쉬울 수밖에 없다. MCU의 전환점을 마련한 기념비적인 작품이자, MCU 영화를 인기 순위대로 나열했을 때 항상 최상위를 차지할 작품이 아니던가. 조금 더 공을 들여서 적어도 클라이맥스 액션씬 정도는 아이맥스로 추가해줬다면 어땠을까. 수직적인 액션이 많은 클라이맥스인지라 아이맥스로 봤다면 쾌감이 배가되었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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