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요소가 강력하게 들어가 있는 허탈한 전개법, 실소가 나오는 비도덕적 코미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의 성격은 그야말로 제임스 건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한 작품이 완전히 제임스 건 스타일이라는 사실은 정말 파격 그 자체다. 지금이야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나오면서 빛이 바랬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B의 강력한 색채가 담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는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다.
많은 사람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보다 더 좋아하지만, 난 조금 많이 다르다. 제임스 건은 B에 감정을 녹여내는데 능숙하다. B는 A가 될 수 없다는 일종의 법칙을 가지고 놀아버리는 듯한 제임스 건의 연출력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를 매우 감성적으로 만들었다. 그 말도 안 될 만큼 비도덕적인 요소들을 쌓아놓고도 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가족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고찰하게 한 건 놀라운 일이 아닌가. 지금도 팬들 사이에 회자되는 '진정한 아버지 욘두'를 보시라. 비교적 혹평을 들었어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팬덤 구축에 매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본다. 그래서 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보다 이 영화를 더 좋아한다.
디즈니 플러스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를 4K HDR 아이맥스로 서비스한다. 이에 대해 조금 살펴보자.
조건부터가 좋은 영화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스페이스 오페라치고는 화려한 광원이 엄청나게 많다고 할 수 없는 작품이었다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는 그야말로 광원 천지다. 시작부터 끝까지 빛에 빛을 더해서 빛으로 도배가 되는 영화인 덕분에 대충 그레이딩해도 HDR의 레퍼런스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었다.
말도 못하게 화려한 HDR이 시종일관 화면을 수 놓는데, 어찌나 화려한지 입을 쩍 벌리면서 감상했다. 특히 클라이맥스는 광색역을 테스트하기 적합한 다양한 색상을 자랑하고, 코스믹 에너지라는 '빛' 그 자체인 에너지가 등장하기 때문에 HDR 테스트하는데 있어서 최상의 장면이라 할 만하다. 코스믹 에너지의 미칠듯한 광원부터 광색역에 걸쳐서 다른 영화들은 꿈도 못 꾸는 HDR 효과의 대잔치를 벌인다. 사람에 따라서 눈이 조금 아프다고 느낄 수 있을 정도다. 그리고 이런 장면의 대부분(!)이 아이맥스 시퀀스다. 이런 걸 두고 눈호강이라 하는 것 아니겠나.
이렇게 화려한 장면만 HDR의 위력을 느낄 수 있느냐고? 댓츠 노노 그렇지 않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에서 가장 HDR의 위력이 드러나는 장면은 에고와 가디언즈가 만나고 로켓이 라바저스를 쓸어버리는 숲 장면이다. QLED의 로컬디밍 혹은 OLED의 픽셀디밍이 만들어내는 딥다크한 어둠 속에서 도도하게 빛을 퍼트리는 모닥불의 근사함이란 말도 못하게 멋지다. 이렇게 숲을 극단적으로 어둡게 처리할 경우 SDR이었으면 모든 게 묻혀서 보이지도 않겠지만, HDR은 빛의 강도를 이용하기 때문에 절대 그렇지 않다는 사실. 특히 로켓이 라바저스와 싸우는 장면은 특히 촌철살인이다. 그 어둡디 어두운 공간에서 디테일이 전부 다 보인다는 기적의 순간을 만들어낸다. QLED의 경우는 블루밍 현상이 약간 나타나긴 해도 그거 정도는 가볍게 넘어가줄 수 있을 만큼 근사한 영상을 한껏 뽐낸다.
앞서 말한 것처럼 애초에 조건이 기적적으로 좋은 영화였다. 기대할 수 밖에 없는, 기대치를 충족하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의 4K HDR 아이맥스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HDR 시연으로도 최고의 선택이라 할 만큼 만족감이 높은 영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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