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큰일 났다. <글리치>의 넷플릭스 주간 순위, 일일 순위이 처참할 정도다. 어느 정도냐면, 한국의 넷플릭스 오리지널임에도 한국에서 1위를 못하고 2위인 데다 아시아권에서도 주간 순위, 일일 순위 모두 낮은 순위를 기록하며 시큰둥한 반응을 얻고 있다. 아직도 10위 안에 들어가지 못한 아시아 국가가 수두룩하다. 보통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는 중동과 남미에서도 작더라도 반응이 나오지만, <글리치>는 그 비슷한 일조차 일어나지 않고 있다.
넷플릭스 측에서는 <글리치>에 대해서 나름대로 자신감이 있었던 모양이라 더욱 충격이다.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참여한 작품이니까. 매혹적인 두 여배우가 로드 무비 형식으로 실종 사건을 뒤쫓는 이야기를 다뤘기 때문에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적합하다고 손쉽게 생각했던 모양이다. 실은 나 역시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이 성적이 너무 충격이다.
부랴부랴 넷플릭스는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트위터, 페이스북에서도 광고를 볼 수 있었고, 넷플릭스 아시아권 채널과 스운 등에 비하인드 영상이나 클립을 올리는 등 보기 드물 정도로 적극적이다. 넷플릭스가 한국에 완벽하게 정착한 이후로 한국 내부적으로 이렇게 홍보하는 걸 본 적이 없다. 회사 내부에서 야단이 난 게 아닐까. 앞서 말한 것처럼 한국에서 한국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가 2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은 웬만해선 일어나기 어려운 만큼이나 충격적일 것이다. 작품성이 다른 넷플릭스 오리지널보다 크게 떨어지는 것도 아닌 터라, 아무래도 넷플릭스 내부에선 그간 홍보에 게으름을 부린 대가를 치르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 듯하다.
넷플릭스 주간 순위 영어권 영화 부문은 밀라 쿠니스 주연의 <럭키스트 걸 얼라이브>가 차지했다. <럭키스트 걸 얼라이브>의 정보를 살펴보니 확실히 1위를 해볼 만한 작품이긴 하다. 그런데 이 작품이 <블론드>를 이겼다고? 그것도 까마득한 차이로?
역시 문제는 <블론드> 그 자체다. 아마 넷플릭스 사상 <블론드>처럼 자극적으로 홍보한 작품이 또 없을 텐데, 겨우 2주 차에 4위까지 추락했다. 지난주에 예상했던 것처럼 <루>는 이겼지만, 이겨도 이긴 게 아닌 꼴이다. 함께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도 아닌 <라스트 신 얼라이브>에게도 밀려나서 4위라니. 넷플릭스 내부에선 아마 이에 대해서 엄청난 말이 나오고 있을 것이다. 브라질 영화인 <Someone Borrowed>가 엄청난 성적을 거두며 순위를 높이고 있어서 다음주엔 전체로 따져서 더욱 성적이 안 좋을 예정이니 당연하다. <블론드>에 비하면 한국의 <글리치>의 부진은 우습게 느껴질 지경이다.
넷플릭스 주간 순위 비영어권 영화 부문에서 눈에 띄는 건 2002 월드컵 당시의 브라질을 조명하는 듯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2002 월드컵은 한국과 일본에서 치러졌기 때문에 분명히 한국과 일본의 광경 같은 게 나올 것 같다. 브라질의 화려한 부활을 말하는 월드컵이기도 해서 한 번 훑어라도 보지 않을까 한다.
넷플릭스 주간 순위 영어권 TV 부문은 <다머 - 괴물: 제프리 다머 이야기>가 계속해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냥 1위를 차지한 게 아니라 성적까지 압도적으로 좋다. 3주 만에 브리저튼 시리즈를 전부 이기고 역대 넷플릭스 TV 영어권 순위 2위를 차지했다. 지금 추이대로라면 <오징어 게임>, <기묘한 이야기> 시즌 4에 이어서 TV 부문 비영어권, 영어권 합쳐서 역대 3위를 기록할 것으로 여겨진다. 그뿐이 아니다. 제프리 다머에 대한 다큐멘터리까지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대체 살인범의 일생이 왜 이렇게 인기를 누리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무슨 오락성이 있길래?
원래대로라면 <글리치>가 순위 안에 들어와 있어야 했던 넷플릭스 주간 순위 비영어권 TV 부문. 그러나 <글리치>는 보이지 않고 지난주의 넷플릭스 주간 순위에 들어와 있던 한국 드라마가 고스란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특기할 만한 사항은 없다.
넷플릭스의 한국 오리지널 다음 타자는 <20세기 소녀>와 <썸바디>. <20세기 소녀>에 대해서는 솔직히 잘 모르겠고, 난 <썸바디>에 주목하고 싶다.
<썸바디>는 살인마와 소시오패스 여성의 로맨스를 다루고 있는 비도덕적 스릴러인데, 지금 <다머 - 괴물: 제프리 다머 이야기>가 폭발적 흥행을 기록하는 걸 보니까 <썸바디>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매번 홍보할 작품을 고르는데 실패하는 넷플릭스 한국 지사 측에서 이번에는 한 번 적극적으로 홍보해 봄이 어떠할는지. 원래 같으면 나도 <썸바디>가 성공할 거란 생각을 안 하겠지만, <썸바디>가 괜찮은 퀄리티를 가진 작품이라면, 제프리 다머의 사례처럼 살인마 이야기니까 먹히지 않겠는가. 유럽과 미국 대중의 생각을 예측할 수가 없어서 '혹시 모른다'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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